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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영화)

[문화]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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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의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라는 책을 구매했습니다.

예전에 읽고싶은 책 목록에 넣어뒀다가 지인에게 책 선물 받을 일이 생겨서 이걸로 골랐죠.

그리고 택배를 뜯으며 정말 놀랐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인 줄 몰랐거든요. 페이지가 거의 1000페이지에 가깝더라구요.

어지간한 영어사전보다는 더 두껍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읽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느낌 ㅎㅎ

겉 표지를 벗기면 이렇게 멋진 표지가 다시 등장합니다. 앞표지에는 영화사의 시작을 알리는

말의 연속사진 컷이 들어가있고, 실제본이 튼튼하게 되어있는 책등에는 책에서 다루는 영화들의

개봉시기가 찍혀있어요. 이 책을 저자 뿐만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얼마나 정성들여 만들었는지

느껴집니다. 

차례를 펼쳐보면 가장 먼저 기생충으로 시작해 알만한 영화의 제목들이 길게 이어집니다.

마지막 벨벳 골드마인까지 208이라는 숫자로 끝나는데, 한 평론 안에 여러 영화를 함께 언급하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 다루는 영화는 훨씬 많을 것 같아요.

책을 펼쳐서 제일 먼저 기생충 부분을 읽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인상깊게 봤던 작품인만큼 저도

여러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데 평론을 읽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이나 기생충

영화 안에서 인물들의 역할에 대한 부분들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특히 짜파구리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었는데, 값싼 두 종류의 면이 마구 뒤섞이는 곳에 값비싼 한우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 음식이라는 이야기였죠. 이렇게 보면 그 비오는 날 왜 짜파구리가 등장해야만 했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옥자는 개봉 당시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아직 보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그러다 이번 기회에 보기로 했죠.

앞으로도 이 책에서 보지 않은 영화들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우선 OTT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요.

 

평론 글을 읽으며 영화를 볼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옥자]의 경우에는

영화 안에서 상징되는 '높이'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대비. 특히 미자(안서현)가

사라진 옥자를 구하러 끝없이 하강해서 옥자를 만나고 지하주차장의 통로를 통해 뒤쫓아 오는 문도(윤제문)를

떨구며 상승한다고 해석한 부분이 와닿았어요. 해석을 듣고나니 아, 감독이 이런 느낌으로 만들었겠구나 하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책을 읽으면서 찾아본 영화가 또 있었는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입니다.

영화와 책을 봤던 시기가 대선을 앞두고 있던 때라 언론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며 봤었죠.

 

이후 책을 읽으며 영화에서 다뤄진 여러 부분들의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두 언론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왜 특종 경쟁 같은 흥미요소가 빠져있는지. 기밀문서를 입수하는 내용이나

제보자의 미스테리 같은 것도 남겨두지 않은 채 초반부터 보여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보다 왜 타임스가 아니라 더 포스트인지. 

 

저자는 말합니다.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고.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처음 극장에서 볼 때 관객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만 따라가죠. 하지만 두 번째

시작에서 관객은 감독이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 관객 스스로의 영화를 불러낸다고 말합니다. 각자가 의미있는

장면을 떠올리고 대사를 거듭 새기며 여러 상상과 사색에 빠지죠. 이 책은 이 과정을 더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세 번째 시작일 수 있겠네요.

 

감독이 보여준 영화와 내가 재조립한 영화에 이어 평론가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구매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두께와 가격이 묵직한만큼 책장의 무게감도 한 층 올려주는 맛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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